“오스카 생일이야?!”
쌍둥이들은 불시에 들이닥쳤다. 이미 로웰에게 곧 이브와 노엘이 올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또 쌍둥이들이 갑자기 집으로 쳐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므로 오스카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것저것 품에 들고 온 쌍둥이들은 위버의 집 안을 수놓고 있는 눈송이를 맞으며 즐거워했다.
“로웰이 한 거야?”
“크리스마스 같아!”
“응. 예전에 오스카와 살았던 곳에서 눈이 내렸거든.”
“와아~”
눈송이를 손에 모으다가, 오로라 색으로 빛나는 무드등을 구경하는 등 쌍둥이들은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축하하러 와준 건 사실인지 곧 품에서 고깔모자와 종이 폭죽을 꺼내 들었다.
“이거 쓰자!”
이브가 오스카와 로웰에게 넘겨준 하늘색 고깔모자의 끝에는 앙증맞은 방울이 달려 있었다. 꽤 귀여운 고깔모자였다.
“너무 작은데.”
“그래도 써~ 로웰은 이미 썼어!”
노엘의 말대로 로웰은 이미 하늘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아이들이나 쓸 법한 파티용품이었지만 반짝이는 미형의 사람에겐 괴리감 없이 잘 어울리기만 했다.
“얼~~른~~”
“알았어.”
이브와 노엘이 양쪽 소매를 쥐고 흔들었다. 어쩔 수 없이 오스카가 머리에 고깔모자를 썼다. 하얀 방울이 달린 하늘색 땡땡이 모자가 엽귀의 머리 위에서 존재감을 발산했다.
“아하하하!”
“귀여워~!”
쌍둥이들이 손뼉을 치면서 즐거워했다. 놀리는 건지, 좋아하는 건지 잘 알 수 없는 텐션이었다.
“귀여워.”
로웰도 한마디 거들었다. 오스카가 귀엽지 않아, 라고 대꾸하는 사이에 노엘이 선물 상자를 꺼내 들었다.
“선물이야!”
노엘의 품이 가득 찰 정도로 큰 선물 상자였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상자를 받아들었다. 크기가 큰 것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가벼웠다. 노란색 상자에 앙증맞게 묶인 붉은색 리본을 오스카가 만지작거리자 이브와 노엘이 눈을 반짝였다.
“얼른!”
“열어!”
두 쌍의 동그란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불타올랐다. 딱 봐도 일반적인 선물은 아닌 것 같았다. 쌍둥이들이 장난의 결과를 기다릴 때 딱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걸 오스카는 이제 알고 있었다. 열지 않으면 열 때까지 소매를 잡고 끌겠지. 그런 생각으로 오스카는 상자의 리본을 풀고 열었다. 그 순간 팡!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반짝이와 오색의 종이꽃, 그리고 두 손을 활짝 벌리고 있는 피에로 인형이 상자에서 튀어나왔다. 오스카는 꽃가루를 뒤집어쓴 채 눈만 깜빡였다.
“아하하하하!”
까르르 웃는 소리는 경쾌하기만 했다.
“너희들...”
오스카가 쌍둥이들을 내려다보자, 금방 흥미가 가셨는지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던 쌍둥이들이 그를 소파로 이끌었다.
“오스카 여기 앉아! 파티 주인공은 아무것도 하면 안 되니까~”
“오늘은 우리가 맛있는 거 해줄게!”
“뭐? 너희들 요리는...”
“앉!”
“아!”
엉겁결에 소파에 정자세로 앉자마자, 쌍둥이들이 부엌으로 달려가 버렸다. 오스카가 일어서려고 하는 순간 귀신같이 눈치챈 노엘이 오스카는 앉아있어! 라고 외쳤다. 곧 우당탕, 하는 소리와 깔깔 웃어대는 웃음소리로 부엌이 소란스러워졌다.
“로웰...”
“걱정 마. 저래 봬도 연습했다고 자랑하던걸.”
로웰이 반짝이는 얼굴로 마음을 놓으라는 듯 미소 지었다. 물론 로웰이 미소짓는 와중에도 식기가 마구 부딪치거나 무언가가 화르륵 불타오르는 소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
“우와악! 아하하하하하!”
도대체 부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오스카는 양손을 무릎에 댄 채 안절부절못했다.
“로웰... 가서 봐줘. 불안하니까...”
“알았어.”
영원과도 같은 30분이 지난 후, 쌍둥이와 로웰이 오스카를 불렀다. 오스카는 엉망진창이 된 부엌과 괴식을 상상하며 비틀비틀 일어났다.
“짜잔!”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식탁 위에 생각보다 괜찮은 음식들이 올라가 있어서였다. 가장자리가 살짝 탄 햄버그와 과일 샐러드, 매쉬드 포테이토가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팬케이크였다. 동그랗게 모양을 낸 팬케이크 위에 메이플 시럽과 생크림이 듬뿍 올라갔다. 생크림 위엔 핑크색 아이싱으로 ‘생일 축하해 오스카’ 라고 쓰여 있었다.
“놀랐지!”
“얼른 먹어!”
의자에 이끌린 오스카가 팬케이크를 조금 잘라서 먹었다. 약간 탄 맛이 느껴졌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고마워.”
오스카의 말에 쌍둥이들이 환하게 웃었다. 둘 뒤로 엉망진창이 된 부엌과 싱크대에 산처럼 쌓인 설거지가 보였지만, 오스카는 지금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받은 어른답게 살짝 무시하기로 했다. 게다가 로웰의 손이 젖어있는 걸로 보아 쌍둥이들보다 로웰이 고군분투한 것 같았지만. 그것도 지금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지.
팬케이크를 한 조각 더 먹자 달달한 메이플 시럽과 촉촉한 생크림의 맛이 났다. 쌍둥이들과 로웰도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어느 날의 저녁 시간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차분한 대화로 화기애애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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