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둘밖에 없는) 티파티가 화사하다. 알록달록 색을 입힌 아이싱 쿠키에 예쁘게 장식된 색색 마카롱, 화려하게 크림 꽃을 피운 삼단 케이크까지...... 니키타는 자기 몫의 케이크를 우물거리다가 테이블 건너편을 보았다.

“히힉...”

케이크를 먹을 생각도 않고 히죽히죽 웃고 있는 루나리아 루크레티아가 있다. 포크로 케이크의 크림을 행복하게 뭉개는 그 모습이 참... 오싹하다. 자기 생일이 저렇게도 좋을까.분명히 사나한테 생일 축하 메세지를 받아냈다든지 해서 저렇겠지. 니키타는 나름대로 이유를 짐작했다.

“니키타야앙... 재미없게 케이크만 먹고 있을 거예요오?”

루크레티아는 기괴하고, 알쏭달쏭하고, 정말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는 여자애였지만 지금의 의도는 세 살 짜리 꼬마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얼른 내 자랑 좀 들어줘!

(무섭기도 하고) 케이크 얻어먹고 있는 입장에서 모르는 척 하기가 그래서, 니키타는 입을 뗐다.

“와. 정말. 기분 좋아 보인다. 무슨 일. 있었니?”

완전히 책 읽는 어조였는데도 루크레티아는 바로 두 손 모은 채 ‘이 세상에서 나만큼 행복한 소녀는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나구운이 말이죠오!”

그럴 줄 알았다니까. 니키타는 찻잔을 기울이며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듣는 체라도 안하면 루크레티아가 짜증을 내니 어쩔 수 없다.

“히힉.. 사나구운한테 제 생일을 알려드렸더니! 다음에 생일 선물을 주겠다고오 하신 거예요오!”

아........ 그거 예의상 하는 말인데... 니키타는 약간의 짠한 감정을 삼키며 그거 참 잘됐다고 영혼 없는 대답을 해주었다.

“아! 벌써 다음 해가 기대되네요오!”

루크레티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니키타는 고개를 설렁설렁 끄덕이며 허리를 약간 숙였다. 어두운 포장지에 은빛 리본으로 매듭이 묶인 선물 상자가 발치에 있다. 줄까말까 고민하면서 산 물건이지만 그녀의 생일에 선물을 받긴 했으니(결국 무서워서 사용하지 못한 건 둘째치고) 건네줘야 할 것 같았다.

“자.”
“흐흥. 타이밍이 늦은 거 아닌가요오?”

루크레티아는 당연하게 선물을 받아들였다. 기숙사가서 확인해보라고 말할 참이었는데, 집게 손가락이 벌써 리본을 풀고 있다.

루크레티아는 상자를 열고 안의 물건을 집어들었다.

“문스톤이네요오?”

검은 색으로 칠한 손가락이 장식을 쥐고 있다. 머리카락을 틀어올릴 때 쓰는 머리장식으로, 문스톤이 여러개 박혀 있는 수수한 디자인이다. 장난감을 살피듯 루크레티아가 장식을 만지자 각도에 따라서 문스톤이 은은하게 빛난다.

“바로 알아맞히네...”

달과 관련된 거니 어떻게든 알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보자마자 알아맞히다니. 니키타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루크레티아는 의기양양한 기색이다.

“문스톤이라니이이. 싸구려지만... 니키타야앙의 정성을 봐서 특별히 받아들이겠어요오!”

싸구려라 미안하네! 속으로만 그렇게 외치며 니키타는 마카롱에 손을 뻗었다. 달콤하고 쫀득하고, 크림이 부드럽다. 머리 장식을 만지작거리며 루크레티아가 ‘사나구운이 그래서 말이죠오~’ 라고 다시 얘기하기 시작했다. 대충 루크레티아의 말을 한 귀로 흘리던 니키타는 어떻게 루크레티아와 생일 선물 주고 받는 사이가 되어버린 거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과정을 떠올리기도 귀찮다. 마카롱이 맛있으니 됐나. 적당히 복잡했던 과정들을 눙치며 니키타는 마카롱 하나를 더 집어들었다.

Posted by 밀M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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