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 니키타는 호박색의 극세사 이불에서 뒹굴거리다 눈만 간신히 떴다. 네 개의 침대 중 세 개가 비어있다. 카야는 물론이고 다른 두 친구 역시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기 위해 호그와트를 떠났다. 그녀만 빼고.
니키타 역시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올 때마다 킹스크로스로 향하는 기차를 탔었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12월 초, 일이 있어 이번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지 못한다는 장문의 편지를 부모님께 받았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 10번은 들어간 편지지를 보자 잠깐의 서운함 마저 사라졌다. 니키타가 괜찮으니 대신 용돈이나 많이 달라는 답신을 보낸 지 벌써 3주 가까이 되었다.
“으음……”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베개에서 머리를 떼어낼 수 있었다. 아무리 귀찮아도 호그와트의 크리스마스 만찬을 놓칠 수는 없지. 니키타는 거의 기어가듯이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그녀는 비틀대며 씻고 셔츠의 소매에 팔을 구겨 넣었다. 대충 옷을 다 입자 방 한가운데에 우뚝 선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에 띄었다.
큼지막한 헤일로의 아기 천사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빙글빙글 돌며 반짝이 가루를 뿌렸다. 색깔이 바뀌는 유리 볼이 트리 곳곳에 장식되었고, 간식이 들어있는 조그만 선물 상자가 트리 주위를 떠돌았다. 애들과 함께 꾸민 트리다. 사실 그녀가 한 일은 초록과 빨강이 교차되는 사탕 하나를 트리에 올려둔 게 전부였지만.
그녀는 허공을 떠다니는 선물 상자를 하나 낚아채 풀어보았다. 초콜릿이었다. 입에 넣고 깨물자 촉촉하고 달콤한 시럽이 혀에 녹아 흘렀다. 그녀는 달달한 간식을 우물거리며 트리에 매달린 장식물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들었다. 그러다 붙어 있던 쪽지 하나가 떨어졌다.
우리의 7학년이 무사히 끝나기를 기원하며
주워든 쪽지에는 그렇게 적혀져 있었다. 니키타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 학년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호그와트에서 보내게 되었다.
니키타는 호그와트에서 보낸 7년을 떠올렸다.
이러다 유급당한다고 재차 경고받던 수준의 성적표들이 먼저 생각났다. 심지어 마법 약은 T를 맞은 적이 있었다. 진지하게 ‘공부에 아무리 흥미가 없더라도 기본은 해야 한다’고 충고하던 아버지의 얼굴이 저절로 그려졌다. 충고를 들은 다음에도 니키타는 공부에 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다음엔 기숙사 배정식이 떠올랐다. 어린 니키타는 천 년은 묵은 게 분명한 분류 모자를 쓰고, 따뜻하고 드나들기 편한 기숙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분류 모자는 후플푸프를 배정했다. 그녀는 호그와트를 다니는 내내 어린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계단을 몇 번이고 올라야 하는 그리핀도르, 차가운 지하에 자리 잡은 슬리데린과 드나들 때마다 수수께끼를 맞춰야 출입 가능한 래번클로. 이들과 비교하면 후플푸프는 위치도 최상이었고 출입 방법도 간단했다. 기숙사를 드나들 때마다 설탕 졸이는 것처럼 달콤한 향이 주방에서 흘러나왔고, 내부는 따뜻했으며 기숙사 휴게실 벽면에 자라있는 잎사귀들이 머리카락을 빗겨주는 것까지 완벽했다.
다음엔 작년과 재작년에 일어났던 일들이 떠올랐다. 유쾌하고 즐거웠던 기억들…… 그리고 심각하게 겁에 질려 떨었었던 순간들까지.
그 모든 시간을 넘어 7학년 겨울을 맞이했다는 게 니키타는 신기했다. 무사히 고비를 넘긴 느낌이었다. 모든 7학년들의 악몽인 N.E.W.Ts가 남아 있었지만 니키타 예레미아에겐 딴 세상의 이야기였다. 마법부나 그 외 N.E.W.Ts의 성적이 필요한 다른 곳으로 취업할 것도 아니니까.
니키타는 주워든 쪽지를 제자리에 붙여두고, 노트 모퉁이를 찢어서 간단히 깃펜으로 무언가를 쓴 후 트리에 끼웠다.
호그와트에서 맞게 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그녀의 발걸음이 가볍게 문턱을 넘고, 텅 빈 후플푸프의 휴게실을 가로질렀다. 호그와트의 크리스마스 만찬이 니키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눈이 쌓였으며 건물 안으로는 알록달록 화려한 갖가지 장식물과 반짝이는 불빛이 눈을 즐겁게 했다. 연회장에 가까워질수록 짙어지는,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향기가 그녀의 걸음을 부추겼다.
호그와트에서 맞는 멋진 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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